Artist

Statement

작은 음식 (영양분) 시리즈 (2019-)

근간에 개인적인 이야기로 작업을 시작했다. 어머니의 와병으로 가족들의 생활 초점은 또 다시 그곳에 맞추어져 돌아가고있다. 소중한 사람이 죽음과 삶의 경계에 있을 때, 비로소 나는 스스로의 미약함과 강인함을 거듭해서 깨닫는다.

식사를 준비하거나, 목욕을 시켜드리는 일 등이 보호자로서 해낼 수 있는 일의 대부분이지만, 그 행위에 자연스럽게 거대한 간절함을 담는다. 몇 달이 지난지도 모를 병원에서의 어느날, 엄마는 나에게 '수박 한 조각만 먹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라고 말했다. 날로는 음식을 먹지 못할 만큼 건강은 나빠졌지만, 나도 엄마가 그 한 조각을 먹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온 마음을 담는다. 음식을 차리는 일처럼 수박그림을 그리는 일도 '이 작은 조각'의 기력을 믿기 때문이다.

나는 작은 수박 조각이고, 브로콜리 한 조각이다. 아픈 엄마에게 여전히 나는 나약하고, 가여운 아이일 뿐이다. 그러나 내 작품에서의 나의 과일 조각과 채소 조각들은 작지만 그 이상의 강하고, 그 안에 잠재한 거대한 힘이 있다. 작은 자연의 열매들은 나아가 자아를 깨닫게 한다.

다중라인 시리즈 (2015-2018)

초반에 가지고 있던 의문이 타자와 나는 어떻게 만나고 헤어지며, 그들과 나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가 였다. 존재들의 관계성을 생각하며, 이 비물질적인 현상을 물질적으로 풀어보는 실험을 했었다. 누들을 어떤 기하학적인 대상으로 바라보고, 대상의 관계성을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multiple line(다중라인, 다수의 선)으로 주목한다.

하얀 종이안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유지된 다수의 라인이 만나고 헤어지는 순환적인 움직임은 어떤 존재가 생성되는 연유를 실제의 삶에서 개인의 사적인 기억, 감정 등의 흐름으로 연장된다. 특정 순간에 특정 존재와의 만남과 헤어짐은 본인에게 주관적인 인상을 남긴다. 그 속에 내재된 관계성과 감정들을 여실히 드러내고자 한다.

내 눈앞의 타자는 원초적인 다중라인의 순환적인 궤적들로 생성된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그런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탄생하고, 타자와 나 사이의 공간에는 그렇게 다수의 선들로 연결되어있다. '관계맺음'의 사고 안에서 꾸준히 작업을 진행해온 본인의 또 다른 사유의 움직임을 발견한다. 타자와 나의 만남, 존재의 관계성에 의문을 갖고, 개인의 삶을 탐색하며, 삶과 예술의 근거로 나름의 답을 제시하고 싶다.

누들 시리즈 (2009-2014)

본인 작품의 소재가 되는‘누들(Noodles)’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음식으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관계성의 의미를 내재한다. 모든 존재들은 서로 ‘관계’의 상황에 놓여있고, 비가시적인 어떤 끈으로 연결되어있다.

국수의 길게 늘어진 모습은 무엇과 또 다른 무엇을 연결한다. 게다가 누구나 국수를 먹거나 만들어보면, 그 물질이 가지는 매우 원초적인 느낌을 기억할 수 있다. 연약하고 물렁물렁한 이 물질은 주위에 언제나 존재하는 '완전하지 못한 관계'를 떠오르게 한다. 물렁물렁하고, 시작과 끝도 모르게 주변을 엉키게하는 국수의 모습은 우리사회에 놓인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본인은 평범한 일상의 사물이기에 그 자체만으로는 예술적 감흥을 일으키지 못할 것 같은 오브제를 시적인 상상력과 같은 게임을 통하여 새롭고 신선한 예술적 존재로 부여하고자한다. ‘관계맺음’에 있어 식사는 그 누구도 배재되지 않고 대화, 소통할 수 장(場)이라는 생각과 그 식사의 범주 안에 있는 ‘누들' 그리고 그것의 끊어지기 쉬운 성질과 엉켜있는 모습은 불완전한 관계를 극대화하는 상징적 소재로 안착된 것이다. 누들이 집적(集積)되거나 군집을 이뤄 어지럽게 표현된 전체 이미지를 통해 식사의 장면을 연상하거나 불완전한 관계 그 자체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느끼는 행복감과 즐거움, 상황에 따라 표출되는 감정 등 의도하지 않은 쾌락을 낳는다. 이렇게 저마다 다른 경험과 감정을 기반으로 ‘관계를 맺는다’는 행위는 그 행위자들의 존재를 의미 있게 하고 그들을 찾아가는 한 과정으로서 남겨진다.

There was a question that I had in the beginning. How do I see and break up with the other, and how can I see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other and me?

Considering the relationship of beings, I have tried to visualize these invisible phenomena materially. In the previous works (Noodles series), the 'Noodles' are the symbolic object(material) that I personally define a 'relationship' by. You could remember it's raw feeling when you eat or touch noodles. For me, the fragile and squashy material remains as an object, which reminds someone of the realtionship's imperfection.

In the current work, I look at Noodles as a geometric object, and observe the relationship through multiple lines, which maintain a constant spacing. On white paper, there is the circular movement of lines that meet and break up. This therefore, creates something black, and that in turn extends to the personal feelings and memories of the individual.

Circular trajectories of primitive multiple lines create the other in front of me. Everything in the world is born with such repetitive movements. So many lines cross the space between the other and me.At a certain moment, meeting and parting with the other leaves a subjective impression on me. This in turns the other into a differentiated being for me. Each object has its own world and color. And I want to express the relationships and emotions inherented in it.

I observe objects scattered in my daily life, (combs, nails, missing nails, scissors double-edged, curved hanger, rusty irons ...) and draw mainly mechanical and functional small objects. However, the object I am choosing to draw is not part of one category. I want to think about the meaning of and relationship with all the beings of the world, except myself. Starting from the small useless things to the giant animals that exist on the earth.

In this way of thinking, I find an ego that naturally reflects beyond the object. The structural relationship with the other in the huge universe results in the question of finding the identity of the self.

I hope that you will enjoy my idea of 'making a relationship'. I want to question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other and my presence, to explore the life of the individual, and to present my own answer based on life and art.